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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수 교수,알리·테무의 공습..혁신 엔진 꺼지는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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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1 /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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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내용은 방송:스트레이트 일부입니다. 

해당 영상은 관련링크를 참조 부탁 드립니다. 


[윤건수/당시 서울과학고 3학년 (1993년 12월)] 

"1학년 때부터 공부해 오면서 가장 흥미 있었기 때문에 물리학과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됐습니다."

<스트레이트>는 1980학년도부터 지금까지, 대입시험 자연계 수석이 어디로 진학했는지 전수 조사했습니다.

1980년대에는 12명 중 9명, 1990년대에는 11명 전원이 이공계로 진학했습니다.

[오승은/대학수학능력시험 첫 만점자 (1998년 12월)]
"어렸을 때부터 과학을 공부하는 게 꿈이었거든요. 지금도 그 물리학과를 지망할 생각이에요."

이공계로 간 20명 가운데 9명은 물리학을 선택했습니다

[윤건수/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
"물리학에서 태동한 그런 학문 분야가 사실은 많죠. 그런 측면에서는 좀 자부심이 있고 그래서 아마 공부를 잘했던 친구들은 물리학을 선호하는 그런 경향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2000년대에는 수석 4명 전원이 의학계열로, 2010년대에는 18명 중 16명이, 2020년대에는 5명 모두가 의대에 갔습니다.

2000년을 기점으로 그 전에는 87%가 이공계를 갔는데, 그 뒤에는 93%가 의대를 선택한 겁니다.

[김현철/홍콩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의사 출신)]
"그때 어떤 일이 있었나 생각해 보면 우리가 다 알듯이 그때 우리 외환위기가 있었죠. 외환위기 때 그동안 갖고 있었던 평생직장의 개념이 싹 없어지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중요시되었고요."

대기업으로 대표되는 좋은 일자리는 크게 줄었습니다.

250인 이상 기업이 우리나라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로 미국(58%)의 1/4, 독일(41%)의 1/3 수준입니다.

반면 의사 수입은 안정적으로 올라갔습니다.

한국의 월급 의사 연봉은 평균 2억 5천만 원. OECD 평균의 1.66배입니다. (구매력평가환율(PPP) 기준)

미국도 의사가 많이 벌긴 합니다.

하지만 미국에는 의사만큼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훨씬 더 많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5년 사이 가장 돈을 많이 버는 학과 10개 중 9개는 이공계입니다.

실리콘밸리로 상징되는 혁신 기업들이 성공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그 기업들로 몰리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겁니다.

[김현철/홍콩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의사 출신)]
"의사들이 돈 많이 번다, 단순히 그걸로 의대 광풍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의사와 다른 직종 간의 차이, 그게 사실은 의대 광풍의 원인인 거죠. 의사도 잘 벌고 뭐 공대도 잘 벌고 그러면 내가 전공, 내 관심 맞춰서 가지 이렇게 되는데. 미국은 IT 기업 굉장히 경쟁이 성공적이잖아요. IT 기업, 로펌, 컨설팅 이 회사들의 고용 인구가 굉장히 많습니다."

의대 쏠림으로 이공계 학과들은 인기가 추락했습니다.

심지어 삼성전자와 계약해 취업이 보장되는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도, 올해 입시에서 정원 25명을 채울 때까지 55명이 등록을 포기했습니다.

[김정민/연세대 공학계열 대학원생]
"요새 취업 시장 많이 어렵다고들 하고 또 아무래도 중소기업 같은 데 가기에는 조금 꺼리는 경향도 좀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런데 이걸 연대 공대를 포기하고 의대를 갈 만한 거예요?> 만약 저만 해도 좀 시켜만 준다면 가고 싶은 생각도 좀 있긴 해요."

카이스트나 포항공대 같은 최상위권 공대에서도, 의대 가려고 휴학하는 학생들이 즐비합니다.

[윤건수/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
"수업 운영하는 비용 다 포함해서 한 학생당 1억 원이 넘는데 그러면 그 1억 원의 투자를 만약에 받아서 엄청나게 우수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그런 학생들이 입학조차 못하게 되는 상황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거죠. <누구 때문에요?> 결국 들어와서 입학만 해놓고 휴학을 해버리고 의대로 가기 위해서 재수하는 그런 학생들 때문에. 이 현상이 되게 화가 나는 것은 사실인 거죠. 이 현상에 대해서 이제 진짜 이거는 너무한다, 이런 선택을 사회가 용인하는 게 너무 화가 난다."

의대 쏠림 현상은 한국 경제의 혁신의 불씨를 꺼뜨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엔솔 같은 대기업은 물론,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같은 기업들까지도, 모두 1980~90년대 이공계 전성시대가 만든 성과였습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매년 발표하는 50대 혁신 기업에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단 1곳뿐입니다.

중국은 화웨이, 비야디, 샤오미,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레노버 등 8곳, 일본은 소니, 히타치 등 3곳입니다. 


출처: MBC뉴스 2024-03-10 스트레이트 방송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