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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알리·테무의 공습‥혁신 엔진 꺼지는 한국 경제

[스트레이트] 알리·테무의 공습‥혁신 엔진 꺼지는 한국 경제
입력 2024-03-10 21:16 | 수정 2024-03-1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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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최대 프로 스포츠 이벤트, 슈퍼볼.

    미국 인구의 36%인 1억 2천만 명이 시청했습니다.

    광고비는 천문학적입니다.

    30초에 90억 원이 듭니다.

    그런데 이런 광고를 다섯 차례 한 기업이 있습니다.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테무입니다.

    [테무 슈퍼볼 광고]
    "테무 앱을 내려받으세요. 억만장자처럼 쇼핑하세요."

    한 소녀가 앱을 열자, 주변 물건들이 하나씩 새것으로 바뀝니다.

    드레스가 9.99달러, 토스터도 9.99달러입니다.

    안경은 0.99달러, 가발도 0.99달러입니다.

    테무는 이런 초저가를 무기로, 미국 소비자들을 장악했습니다.

    미국인들의 테무 앱 사용 시간은 하루 평균 18분, 아마존보다 8분 더 깁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한 쇼핑몰 앱이 바로 테무입니다.

    2위 쉬인, 4위 알리익스프레스, 5위 샤오홍슈까지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 온라인 쇼핑 시장을 집어삼켰습니다.

    알리와 테무는 이제 한국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김만기/전 숙명여대 겸임교수 ('중국의 젊은 부자들' 저자)]
    "우리가 중국에서 물건을 가져다가 거기다가 마진을 붙여서 파는 구조였죠. 그런데 그걸 보고 있던 중국 플랫폼에서 그 시장을 직접 공략을 안 한다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닌가요? 한국에서 어떤 물건이 팔리고 있는지 다 알고 있었던 거죠. 충분히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했던 거죠."

    ◀ 이휘준 ▶

    안녕하십니까, 이휘준입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중국의 공습과 미국, 일본의 역습에 끼인 채 혁신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 경제를 진단해봅니다.

    이준희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먼저 한국 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테무, 알리부터 살펴볼까요?

    ◀ 이준희 ▶

    한 번 사면 헤어나오기 힘들다고 해서 테무지옥, 알리지옥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그냥 저가가 아니라, '극초저가' 공세로, 국내 1위 쿠팡 자리도 넘보고 있습니다.

    ◀ 이휘준 ▶

    '극초저가'요? 얼마나 싼 겁니까?

    ◀ 이준희 ▶

    말이 안 되는 가격입니다. 단돈 1천 원으로도 살 수 있는 상품들이 널렸습니다.

    ◀ VCR ▶

    유튜브에 넘쳐나는 알리깡, 테무깡 영상들.

    "오늘도 돌아온 알리깡입니다."

    알리깡과 테무깡.

    알리와 테무에서 산 제품들을 소개하는 영상을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김지한 씨는 너무 싼 가격에 놀라, 유튜브 영상까지 촬영하게 됐습니다.

    [김지한/유튜버]
    "800원짜리 귀걸이 있고요. 여기 이 목걸이는 600원짜리 엄청 싸고 그다음에 이 벨트 엄청 짱짱한데 이것도 600원 주고 샀고요. 그리고 제일 대박인 거 이거 미니 숄더백 500원 주고 샀어요."

    국내 쇼핑 앱은 아예 지워버렸습니다.

    [김지한/유튜버]
    "한 달에 쇼핑 비용이 제가 만약에 20만 원이었다, 근데 이제 옷은 한 4~5개 건졌다하면 저는 이제 한 달 쇼핑 비용 20만 원은 그대로인데 옷은 이제 30벌, 20~30개 되는 옷을 가지게 되는 거죠. 이런 액세서리나 화장품 포함해서."

    이 집도 알리 물품들로 가득합니다.

    빔프로젝터, 가습기, 신발건조기, 빗자루까지.

    모두 알리에서 샀습니다.

    [한영우/알리 제품 리뷰 유튜버]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4천5백 원 이렇게 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만 원 이렇게 팔아요. 우리나라 사이트에서 샀으면 돈 날릴 뻔했다 그런 생각은 들죠. 알리를 몰랐으면."

    어떻게 이런 가격이 가능할까 이해가 안 갈 정도입니다.

    [한영우/알리 제품 리뷰 유튜버]
    "4천 원에 무료 배송으로, 택배비 2천 원이라고 생각해서 2천 원에 이걸 배나 비행기 타고 왔다. 그럼 과연 이 플라스틱을 얼마로 만들었을까 이런 생각도 하고 막 그럽니다."

    한국의 알리 앱 사용자는 818만 명, 11번가를 제치고 쿠팡에 이어 2위로 올라섰습니다.

    지난해 7월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테무는 지마켓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섰습니다.

    반년 만에 사용자가 10배 늘었습니다.

    초고속 성장의 비결은 가격입니다.

    직접 주문해봤습니다.

    짱구 캐릭터가 그려진 휴대폰 케이스.

    쿠팡에서는 6,900원인데, 테무는 2,500원입니다.

    반값도 안 됩니다.

    여성 스키용 장갑.

    똑같은 상품인데 쿠팡 1만 6천 원, 알리 1만 원입니다.

    [☏ 쿠팡 입점 장갑 판매업체]
    "제품이 중국에서 온 거라서 거기에 있는 상세 페이지를 그냥 쓴 거예요. <그러면 같은 상품인 거예요?> 네, 맞아요."

    배송도 빠릅니다.

    주문할 때는 7일 걸린다고 했는데, 더 빨리 온 것도 많습니다.

    극초저가와 빠른 배송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테무를 운영하는 핀둬둬의 창업자 황정은 중국 저장대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유학한 구글 엔지니어 출신입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제품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가격도 결정합니다.

    재고가 쌓일 일이 없으니, 비용과 시간이 확 줄어듭니다.

    [이현태/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핀둬둬의 핵심 모델이 C2M이라고 해서 Customer(소비자) to Manufacturer(제조자) 모델입니다. 제조 공장하고 소비자를 다이렉트,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모델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테무 플랫폼 하나가 있는 거죠. 중간에 도매상과 소매상, 배송 대행 이런 게 전혀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굉장히 빠른 시일 내에 배송을 완료, 완성할 수 있는 그런 모델을 갖고 있죠."

    알리와 테무는 항공배송도 크게 늘렸습니다.

    인천공항 세관.

    중국에서 직구 화물이 하루 평균 14만 개 들어옵니다.

    2년 만에 7배 늘었습니다.

    원래는 평택항이나 인천항에서 배로 들어오는 물량이 더 많았는데, 지금은 인천공항이 제일 많습니다.

    국내 유통업체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쿠팡, 11번가 같은 업체들과 긴급 간담회까지 열 정도입니다.

    [전자기기 수입업체 직원]
    "국내 판매자들은 전부 답이 없습니다. 인증도 없어, 관세 부가세 없어. 당연히 그러면 접어야죠. 한국 온라인 시장을 다 접어야 되는 거죠. 알리나 테무에 있는 상품들의 판매자는 다 접는 게 정답이죠."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 그리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까지 중국은 이제 예전 중국이 아닙니다.

    [김만기/전 숙명여대 겸임교수 ('중국의 젊은 부자들' 저자)]
    "대한민국의 어떤 산업도 지금 안전한 분야가 없습니다. 모두가 지금 제 눈에는 모두가 지금 위협에 노출돼 있어요."

    ◀ 이휘준 ▶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정말 무서울 정도네요.

    ◀ 이준희 ▶

    알리는 얼마 전부터 논산 딸기, 성주 참외는 물론 육회나 새조개 같은 신선식품까지 팔기 시작했습니다. 수수료 무료라는 파격적 조건으로 입점 업체들을 늘리고 있습니다.

    ◀ 이휘준 ▶

    국내 기업들의 위기감이 정말 크겠네요. 그런데 유통만 그런 게 아닐 것 같습니다. 조금 전 인터뷰를 보면 어떤 산업도 안전한 분야가 없다는 거잖아요. 첨단 분야도 위협받고 있는 겁니까?

    ◀ 이준희 ▶

    우리가 기술력에서 가장 앞선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전기차에 들어가는 이차전지, 배터리 산업입니다. 그런데 이 배터리까지도 중국 기업들에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 VCR ▶

    에메랄드빛 쿠페형 세단.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을 가진 중국 샤오미가 내놓은 첫 전기차, SU7입니다.

    최고 시속 265km. 한 번 충전하면 800Km를 갑니다.

    전기차 하면 떠오르는 테슬라를 압도할 정도입니다.

    샤오미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역시 중국제입니다.

    CATL와 BYD(비야디) 제품입니다.

    CATL은 세계 1위 배터리업체입니다.

    비야디는 배터리까지 직접 만드는 세계 1위 전기차업체입니다.

    지난해 4분기 52만대를 팔아 테슬라를 추월했습니다.

    아직은 중국 내수 비중이 크지만, 미국과 한국 등 전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서울 은평 공영차고지.

    매일 4백 대 넘는 버스가 오갑니다.

    현대차보다 중국 전기 버스가 더 많습니다.

    비야디와 HIGER(하이거) 전기버스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새로 등록된 중국산 전기버스는 1,372대, 처음으로 국산을 제쳤습니다.

    특히 비야디의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작년에 4백 대 넘게 국내에 들어왔습니다.

    한 번 충전하면 현대차보다 더 멀리 갑니다.

    그런데 가격은 1억 원 이상 더 쌉니다.

    [장재범/버스 운전사 (경력 30년)]
    "비야디(BYD)라고 중국에서 이거더라고. 저게 아주 되게 넘버원이더라고 되게 좋고 또 승차감도 좋고."

    비야디는 올해 한국 시장에 승용차도 내놓습니다.

    비야디 대표 모델인 '아토3'의 중국 판매가격은 2천2백만 원 정도입니다.

    크기가 비슷한 기아차 니로의 반값입니다.

    중국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은 배터리 덕분입니다.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중국 배터리가 한국 배터리보다 30%나 쌉니다.

    한국의 주력상품은 삼원계 NCM.

    희귀금속인 니켈, 코발트, 망간을 쓰는데, 주행거리가 긴 대신 가격이 비쌉니다.

    반면 중국의 주력 제품은 LFP.

    리튬인산철을 쓰는데, 철이 주재료라 무겁고 성능이 떨어지지만, 가격이 더 쌉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업체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고성능 삼원계에 주력해왔습니다.

    그런데 시장 판도가 LFP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삼원계만 쓰던 미국 테슬라까지도 보급형 모델에 LFP를 장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상영/연세대 이차전지연구센터장]
    "그럼 가격을 어떻게 낮출까 봤더니 LFP 이거 되게 싸네 이걸로 가자, 그러면 자동차가 이원화되면 되겠다. 한 번 충전해서 오래가는 자동차는 프리미엄급으로 해서 좀 비싸게 받고 LFP 같은 거는 충전해서 오래는 못 가지만 싸게 만들어주면 이런 시장이 펼쳐지지 않을까라고 해서 테슬라와 중국이 주도가 되면서 시장을 이원화시켜버린 거죠."

    LFP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1%에서 2022년 31%로 급증해, 곧 삼원계를 앞지를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국내업체들도 한 수 아래로 평가했던 LFP 배터리 양산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쪽은 중국이 더 앞서 있습니다.

    배터리 셀을 최대한 촘촘하게 채우는 방식으로 에너지 밀도가 낮은 LFP 단점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이상영/연세대 이차전지연구센터장]
    "지금 우리 길거리 다니는 전기차 버스 다 LFP니까 LFP가 현재 생산량으로만 보면 중국이 1등이고 우리나라가 이제 쫓아가는 상황이 된 거죠."

    중국의 기술 경쟁력 원천은 엄청난 규모의 연구개발 자금과 인력입니다.

    CATL 연구개발 인력은 1만 6천 명. 4년 만에 4배나 늘렸습니다.

    1만 6천 명이면 LG에너지솔루션의 국내 전체 직원보다도 많습니다.

    [이상영/연세대 이차전지연구센터장]
    "한국 연구원이 한 사람이 30일 동안 한 달이 걸려서 해야 될 일을 중국은 쉽게 얘기하면 30명을 집어넣어서 하루에 끝내버리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걔네들이 들어오니까 우리보다 당연히 개발 기간이 빨라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배터리만 그런 게 아닙니다.

    드론계의 '애플', DJI를 창업한 왕타오.

    그는 전체 직원의 3분의 1을 연구 인력으로 유지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전 세계 연구개발 투자 1,000대 기업을 보면 한국은 2006년 19개에서 2020년 27개로 1.4배 느는 데 그쳤지만, 중국은 4개에서 194개로 거의 50배가 됐습니다.

    정부는 2022년을 기점으로 건설, 정보통신, 국방, 기계 등 중요 11대 분야에서 한국이 중국에 추월당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기술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중국은 82.6, 한국은 81.5라고 했습니다.

    첨단 기술로 넘어가면 차이는 더 극명합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선정한 첨단기술 경쟁력 순위에서 중국은 AI, 우주·항공, 배터리 등 대다수 분야에서 이미 미국을 넘어섰습니다.

    한국은 단 한 분야도 1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이현태/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중국이 우리를 추격한다, 따라온다, 이런 개념으로 아직도 많이 생각하시는데요. 사실 대부분의 많은 기술이나 산업에서 중국이 우리의 위에 있거나 동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명확하게 말씀드리자면 한국이 상당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반도체 제조에 불과하죠."

    ◀ 이휘준 ▶

    첨단기술 경쟁력에서 한국이 1위인 분야가 단 하나도 없다는 건 좀 충격적입니다.

    그나마 반도체 정도가 여전히 중국에 앞서 있는 분야라는 거네요.

    ◀ 이준희 ▶

    반도체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AI 시대가 열리면서, 첨단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 전문가는 ‘지금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났다’고 할 정도입니다.

    ◀ 이휘준 ▶

    첨단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면, 한국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것 아닙니까?

    ◀ 이준희 ▶

    기회인 건 맞지만, 동시에 위기이기도 합니다.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분야는 4분의 1에 불과하고, 나머지 4분의 3은 시스템 반도체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메모리 분야는 강자이기는 하지만, 시스템 분야에서는 미국은 물론, 대만과 일본에도 뒤처져 있습니다.

    ◀ VCR ▶

    붉은 옷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여성이 일본 도쿄의 화려한 밤거리를 걸어갑니다.

    바닥에 고인 물에 반사되는 조명까지 구현한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 영상.

    이 영상은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만들었습니다.

    챗GPT를 만든 오픈 AI의 새 서비스, 소라입니다.

    복잡한 코딩은 이제 필요 없습니다.

    "스타일리시한 여성이 도쿄 거리를 걸어가는 모습" 같은 문장 넉 줄 반만 입력한 결과입니다.

    이 영상을 본 일론 머스크는 "인간은 끝났다"는 트윗을 남겼습니다.

    AI 산업이 커질수록 웃는 기업이 있습니다.

    미국 엔비디아입니다.

    AI가 엄청난 양의 정보를 학습하려면 연산능력이 뛰어난 반도체 GPU가 필요합니다.

    엔비디아는 GPU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년 새 주가가 4배 가까이 뛰어, 한 주에 900달러에 육박했습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의 주가도 덩달아 뛰었습니다.

    GPU가 엄청난 속도로 쏟아내는 연산결과를 저장하려면, 그 옆에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HBM이 있어야 합니다.

    SK하이닉스는 HBM의 강자입니다.

    초창기부터 HBM 개발에 참여한 카이스트 연구실을 찾아가 봤습니다.

    미국 학회에서 받은 논문상 상패와 상장이 가득합니다.

    [손기영/카이스트 테라랩 연구원]
    <엔비디아 주가가 요즘 엄청 높잖아요.> "네, 맞습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왜요?> "아무래도 이제 주가가 높다는 건 저희 분야의 전망이 좋다는 걸 시사하는 바이기 때문에."

    연구소를 이끄는 HBM의 개척자 김정호 교수.

    그는 한국이 갈림길에 서있다고 했습니다.

    3차 세계대전이라는 말까지 썼습니다.

    [김정호/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저는 그걸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면 삼성이 살아남을 수도 있고 엔비디아가 살아남을 수도 있고 둘 중의 하나는 사라질 수도 있고, 그래서 치열한 전쟁이 이제 예상이 되는데요. 미래 인공지능 반도체를 한국에서 설계하고 생산할 것이냐, 대만으로 갈 거냐, 일본으로 갈 거냐, 미국으로 갈 거냐."

    먼저 포문을 연 건 미국입니다.

    지난달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팻 겔싱어/인텔 CEO (2월 21일)]
    "우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 세계에서 가장 지속 가능한 파운드리 기업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파운드리 시장의 압도적 1위는 대만 TSMC. 2위는 삼성전자입니다.

    그런데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6년 뒤 2위에 올라서겠다고 한 겁니다.

    '파운드리'에서 TSMC를 따라잡겠다고 했던 삼성전자는, 이제 1등은커녕 2등 자리도 위태롭게 됐습니다.

    [지나 러몬도/미국 상무부 장관(2월 21일)]
    "우리는 미국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입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칩스2(제2 반도체 지원법)’라고 부르든 다른 이름으로 부르든 지속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텔의 선전포고 사흘 뒤, 일본이 기지개를 켰습니다.

    일본 정부가 4조원의 보조금을 들인 구마모토 TSMC 공장이 완성됐습니다.

    당장은 비교적 성능이 낮은 12나노급 반도체를 생산하지만, 연말부터 5나노급 2공장은 물론, 이후 최첨단 3나노급 공장도 지을 계획입니다.

    이게 다 완성되면 일본의 첨단 반도체 생산은 단숨에 한국과 대만 수준이 될 수 있습니다.

    [안기현/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우리한테는 위기입니다. 왜? 경쟁이 생겼지 않습니까? 그동안 우리가 제조를 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도 열심히 했지만 선발국이 제조 투자를 안 했기 때문에 그런 효과도 굉장히 있습니다. 지금은 선발국이 제조합니다."

    [김정호/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삼성전자가 대만 TSMC하고 파운드리 경쟁하잖아요. 그 엔지니어 숫자가 3배가 TSMC가 많다고 그럽니다. 삼성전자하고 엔비디아 사이에도 엔비디아 엔지니어 숫자가 3배나 더 많다고 아마그럽니다. 아마 소프트웨어 쪽은 10배 차이 날 겁니다. 그러니까 이미 우리는 TSMC와도 경쟁해야죠, 엔비디아와도 경쟁해야죠, 메타하고도 경쟁해야 하죠. 저는 지금보다 10배가 늘어도 모자란다 이렇게 생각하고요."

    ◀ 이휘준 ▶

    아… 그나마 우리가 강점이 있는 분야가 이차전지나 반도체인데, 이것도 밀리기 시작하면 정말 위기 아닙니까?

    돈도 돈이지만, 연구개발을 담당할 이공계 인재들도 너무 적은 것 같습니다.

    ◀ 이준희 ▶

    이런 첨단기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인재입니다.

    SK하이닉스가 미국 마이크론 임원으로 간 연구원의 이직을 막아달라고 가처분을 냈는데요.

    지난주에 법원이 받아들였습니다.

    그만큼 첨단 분야의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겠죠.

    ◀ 이휘준 ▶

    그런데 이런 인재들이 이공계를 안가잖아요.

    의대 쏠림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 이것도 심각한 문제 아닙니까?

    ◀ 이준희 ▶

    한국이 과학기술 강국이 된 건, 1980~90년대에 우리가 키워낸 이공계 인재들 덕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대도 이제 끝난 것 같습니다.

    ◀ VCR ▶

    양자 물리학 강의가 한창인 포항공대 강의실.

    "'아보가드로 넘버'는 여러분들 다 알고 있죠? 포스텍 학생이니까 당연히 이건 외워야죠."

    강의를 마친 교수가 플라스마 연구실로 향합니다.

    [윤건수/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
    "태양에서 존재하는 플라스마를 실험실에서 구현해 보고 싶었는데 그거를 지금 여기서 하고 있는 거고요."

    윤건수 교수는 1993년 대학수학능력시험 2차 시험에서 200점 만점에 191점을 받았습니다.

    수석입니다.

    그는 포항공대 물리학과를 선택했습니다.

    [윤건수/당시 서울과학고 3학년 (1993년 12월)]
    "1학년 때부터 공부해 오면서 가장 흥미 있었기 때문에 물리학과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됐습니다."

    <스트레이트>는 1980학년도부터 지금까지, 대입시험 자연계 수석이 어디로 진학했는지 전수 조사했습니다.

    1980년대에는 12명 중 9명, 1990년대에는 11명 전원이 이공계로 진학했습니다.

    [오승은/대학수학능력시험 첫 만점자 (1998년 12월)]
    "어렸을 때부터 과학을 공부하는 게 꿈이었거든요. 지금도 그 물리학과를 지망할 생각이에요."

    이공계로 간 20명 가운데 9명은 물리학을 선택했습니다

    [윤건수/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
    "물리학에서 태동한 그런 학문 분야가 사실은 많죠. 그런 측면에서는 좀 자부심이 있고 그래서 아마 공부를 잘했던 친구들은 물리학을 선호하는 그런 경향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2000년대에는 수석 4명 전원이 의학계열로, 2010년대에는 18명 중 16명이, 2020년대에는 5명 모두가 의대에 갔습니다.

    2000년을 기점으로 그 전에는 87%가 이공계를 갔는데, 그 뒤에는 93%가 의대를 선택한 겁니다.

    [김현철/홍콩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의사 출신)]
    "그때 어떤 일이 있었나 생각해 보면 우리가 다 알듯이 그때 우리 외환위기가 있었죠. 외환위기 때 그동안 갖고 있었던 평생직장의 개념이 싹 없어지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중요시되었고요."

    대기업으로 대표되는 좋은 일자리는 크게 줄었습니다.

    250인 이상 기업이 우리나라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로 미국(58%)의 1/4, 독일(41%)의 1/3 수준입니다.

    반면 의사 수입은 안정적으로 올라갔습니다.

    한국의 월급 의사 연봉은 평균 2억 5천만 원. OECD 평균의 1.66배입니다. (구매력평가환율(PPP) 기준)

    미국도 의사가 많이 벌긴 합니다.

    하지만 미국에는 의사만큼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훨씬 더 많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5년 사이 가장 돈을 많이 버는 학과 10개 중 9개는 이공계입니다.

    실리콘밸리로 상징되는 혁신 기업들이 성공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그 기업들로 몰리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겁니다.

    [김현철/홍콩과기대 경제학과 교수 (의사 출신)]
    "의사들이 돈 많이 번다, 단순히 그걸로 의대 광풍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의사와 다른 직종 간의 차이, 그게 사실은 의대 광풍의 원인인 거죠. 의사도 잘 벌고 뭐 공대도 잘 벌고 그러면 내가 전공, 내 관심 맞춰서 가지 이렇게 되는데. 미국은 IT 기업 굉장히 경쟁이 성공적이잖아요. IT 기업, 로펌, 컨설팅 이 회사들의 고용 인구가 굉장히 많습니다."

    의대 쏠림으로 이공계 학과들은 인기가 추락했습니다.

    심지어 삼성전자와 계약해 취업이 보장되는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도, 올해 입시에서 정원 25명을 채울 때까지 55명이 등록을 포기했습니다.

    [연세대 공학계열 대학원생]
    "요새 취업 시장 많이 어렵다고들 하고 또 아무래도 중소기업 같은 데 가기에는 조금 꺼리는 경향도 좀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런데 이걸 연대 공대를 포기하고 의대를 갈 만한 거예요?> 만약 저만 해도 좀 시켜만 준다면 가고 싶은 생각도 좀 있긴 해요."

    카이스트나 포항공대 같은 최상위권 공대에서도, 의대 가려고 휴학하는 학생들이 즐비합니다.

    [윤건수/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
    "수업 운영하는 비용 다 포함해서 한 학생당 1억 원이 넘는데 그러면 그 1억 원의 투자를 만약에 받아서 엄청나게 우수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그런 학생들이 입학조차 못하게 되는 상황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거죠. <누구 때문에요?> 결국 들어와서 입학만 해놓고 휴학을 해버리고 의대로 가기 위해서 재수하는 그런 학생들 때문에. 이 현상이 되게 화가 나는 것은 사실인 거죠. 이 현상에 대해서 이제 진짜 이거는 너무한다, 이런 선택을 사회가 용인하는 게 너무 화가 난다."

    의대 쏠림 현상은 한국 경제의 혁신의 불씨를 꺼뜨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엔솔 같은 대기업은 물론,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같은 기업들까지도, 모두 1980~90년대 이공계 전성시대가 만든 성과였습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매년 발표하는 50대 혁신 기업에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단 1곳뿐입니다.

    중국은 화웨이, 비야디, 샤오미,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레노버 등 8곳, 일본은 소니, 히타치 등 3곳입니다.

    [이상영/연세대 이차전지연구센터장]
    "단연코 얘기하는데 이공계가 옛날 이상으로 중흥이 되지 않으면 저는 대한민국 미래가 걱정됩니다. 우리가 여태까지 먹고 살 수 있었던 게 뭡니까? 지금 얘기가 나오고 있는 반도체, 이차 전지, 자동차 이런 것들로 먹고 사는 거 아닙니까? 그거 누가 했어요? 그 엔지니어들이 했잖아요. 어떡할 거야, 그다음 세대는."

    ◀ 이휘준 ▶

    그러니까 연구개발을 통한 혁신이 줄어들고, 우수한 인재들은 의대로 쏠리고, 그래서 더 인재들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거군요.

    ◀ 이준희 ▶

    의대 쏠림은 정말 심각한 문제 같습니다. 1980년대 자연계 최상위 학과는 물리학과와 전자공학과였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20위까지가 모조리 의대나 치대입니다.

    ◀ 이휘준 ▶

    이 정도면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5조 원 가까이 깎았잖아요. 뭔가 거꾸로 가고 있는 거 아닙니까?

    ◀ 이준희 ▶

    지난달에는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항의하던 졸업생이 쫓겨나는 이른바 '입틀막' 사건까지 있었죠.

    실제로 연구 개발직이 줄면서, 견디다 못하고 한국을 떠나는 과학자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VCR ▶

    우주 중력파를 연구하는 천체물리학자 박찬 연구원은 요즘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탈리아 음식을 좋아합니다."

    그는 올여름부터 중국 국책연구소로 가기로 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이 작년 가을 계약 연장을 안 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R&D 예산을 깎을 거라는 소식이 들리던 무렵이었습니다.

    [박 찬/전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원]
    "과학기술 카르텔이 있다, 대통령 발언 이후에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는 거죠. 대규모 과학기술 예산 감축이 있을 거다. 아니나다를까 제가 소속된 연구소에서도 더 이상 내년 재계약이 어렵다라는 얘기를 듣고."

    민간 연구기관이 전무한 기초과학 연구자에게 국가 R&D 예산 삭감은 치명적입니다.

    그러던 지난 1월 중국과학원의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계약기간 6년, 파격적인 조건이었습니다.

    [박 찬/전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원]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이제 사실 오퍼를 받아서 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사실. 이게 일단은 그 계약연수가 최대 6년까지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일단은 그러면 이제 정말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거든요."

    마음은 씁쓸합니다.

    [박 찬/전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원]
    <근데 어쨌든 그 연구의 결과물은?> "예 그렇죠. 중국의 연구 성과가 되겠죠. 한국의 연구 성과는 아니죠."

    과학자들은 한국을 떠나고 있습니다.

    박 연구원은 이번 예산 삭감 사태가 기름을 부었다고 말합니다.

    [박 찬/전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원]
    "이분은 아예 나갔어요. OOO 박사는. 이제 한국 돌아올 생각이 없어요." <왜 그랬대요?> "한국 상황이 이러니까. △△△박사님이라고 저랑 같이 기초과학연구원에 있다가 같이 계약 종료되신 분이 있거든요. 그분도 불투명한 상황이고."

    작년부터 난치암 연구를 하고 있는 예성준 서울대 교수.

    5년간 14명의 연구 인력과 47억 원의 예산이 투입됩니다.

    그런데 올해 초, 올해 연구비 10억 원 가운데 43%가 삭감됐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습니다.

    [예성준/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43% 삭감입니다.' 저는 깜짝 놀랐어요. 신문지상에서 나온 것도 보통 뭐 한 15%, 16%인데 어떻게 43%를 삭감할 수 있느냐."

    인건비가 줄어들고 장비 도입도 늦어지면서, 연구일정이 줄줄이 미뤄졌습니다.

    이 과제를 바탕으로 논문을 준비하던 제자들이 가장 걱정입니다.

    [예성준/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절망할 수가 없습니다. 저를 믿고 의지하고 따르는 제자들과 신진 연구자들, 믿고 있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연구 책임자로서 제가 무너질 수는 없는 거고."

    예 교수가 소장을 맡고 있는 융합과학연구소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연구소 13개 과제 예산 총액이 작년 38억 4천만 원에서 올해 28억 9천만 원으로 9억 5천만 원, 25% 삭감됐습니다.

    [예성준/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제일 많이 깎인 거는 몇 %까지?> "80%까지 깎인 게 있습니다." <그러면 뭐를 할 수 있는 거죠?> "그러면 뭐 글쎄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볼 수 있겠죠."

    비판이 쏟아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뒤늦게 과학계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다시 내년 R&D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1월 15일)]
    "R&D 예산을 대폭 증액을 해서 우리 민생을 더 살찌우는 이런 첨단 산업이 구축이 되도록 대통령으로서 여러분께 약속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과학계 반응은 어떨까요?

    [이형목/서울대 명예교수 (전 한국천문연구원장)]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 이건 뭐 국가 예산을 갖고 뭔가 장난질을 하는 것도 아니고 국가가 어쨌든 신용을 지켜줘야 되는데 신용을 안 지켜줬잖아요."

    [제동국/한국전자통신연구원 노동조합위원장]
    "윤석열 대통령이 꾸준히 처음부터 해왔던 말은 말로는 항상 과학기술을 우대하겠다고 계속 이야기를 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 실제로 드러난 행동은 예산 삭감과 과학기술의 홀대, 그다음에 소통 부재 이걸로 계속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포항공대에는 '미래의 한국 과학자상'이 있습니다.

    노벨상 과학분야 수상자가 나오길 바라며, 1986년 개교 때부터 두 자리를 마련해놨습니다.

    38년째 비어 있습니다.

    이제 포항공대는 물론, 카이스트까지도 의대 설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박 찬/전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원]
    "기술이 혁신이 일어나면 조금씩 바꾸죠, 효율을 높이고. 근데 기초과학에서 혁신이 일어나면 세상을 아예 바꿔버려요. 천연기념물 지정하듯이 어떻게 이 사람들을 이제 이 분야를 보호해서 결국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어떤 장기적 플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휘준 ▶

    한국 경제의 놀라운 성공은, 과학기술과 연구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 위에 서 있습니다.

    학생들의 장래희망에서 과학자가 사라진 지금을, 미래 세대는 뭐라고 평가할까요?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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